길 위에서

땅끝 바위

monomomo 2007. 11. 13. 07:34

 

 

해남찬가

너무나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어김없이 우리는 식당 문이 다 닫힌 후
때를 놓친 후배와 라면을 먹으러 회사 앞 포장마차엘 갔다
라면이 나올 동안 미안한 마음에 어색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한마디 던졌다.
“ 우리 언제 시간 내서 해남에 가자”
“아! 선배, 선배는 말을 해도 다 시처럼 들려요. 우리 언제 시간 내서 해남에 가자. 멋지죠?
만약에 내가 선배 우리 시간 내서 부산 가자, 아니 뭐 경주라도, 에이 모르겠다. 어쨌든”
“그건 네 안에 시심이 있어서 그렇게 들리는 걸 거야”

그런데 정말 언제 시간 나면 해남에 가보세요.
해남 그곳은
시를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
절망의 끝, 희망의 시작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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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죽재도 시간이 없다

 

이즈음 내가 하는 일이란 것이 어찌나 웃기는 것인지 난데없이 웃음이 픽픽 나온다.

이 땅에서 가장 가 볼만한 곳 주변에

가장 좋은 숙박시설을 가진 곳에서 자 보고 가장 맛있는 집을 찾아 먹어 보고

가장 걷기 좋은 코스를 발견해서 55세 이상 되는 분들이 무리가 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여행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다.

이렇게 이땅의 팔도를 다 돌면 해외로 가서 또 짜야 한다.

여행사에서 짠 프로그램이 아닌 진짜배기로 돌고 돌면서 발견해 만들어야 한다.

그 나이에 안 가 본 곳이 어디 있겠으며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을 것이니

새롭고 그야말로 색달라야 하는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렇긴하지만,,,,

그래도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내게 있어 좋은 경치를 보고 다녀야하는 일이란

눈물을 찔찔 짜면서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다.

어째서 멋진 것들을 보고 즐거워야 하는데 눈물부터 나는지.

좋은 것들은 내게 외려 독이 되는 냥 절대 고독과 더 깊은 허무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남들은 말도 안되는 ,,,호강에 초친 소리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뒤 늦게 발견한 친구와 어제 오랜 통화를 했다.

동갑인데도 어른 같고 맘 챙겨 주는 씀씀이가 넉넉해서 꼭 언니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꼬맹이 하나와 불통.

상처는 지가 받는 것이지 누가 주는 것이 아니 듯

힘 내라고 말해 주면 힘이 날 것같은 느낌이 드는

날 꼴통을 만드는 유일한 능력자..

 

 

 

 

 

 

 Alice Cooper - I Never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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