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순천만

monomomo 2007. 11. 14. 09:24

 

 

 

 

바쁜 시간에 �겨 다니느라 정작 봤어야 할 순천만의 노을은 보지 못했다.

허나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할 것이라는 것쯤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했다.

출장 내내 생각한 것은 무릇 여행이란 관광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신과 육체의 안온한 휴식이 동반하지 않는 여행처럼 피곤한 것도 없다.

것도 목적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여행은 일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연이은 출장에 몸도 맘도 몹시 피곤하다.

이번 주에 또 가야 하는데 목숨 걸고 반대를 했다.

우리 회사 오너는 회의 못하고 죽은 귀신이 생겼는지 회의를 좋아한다.

짧으면 1시간에서 12시간도 넘게 릴레이 회의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시간이다.

내가 오너가 되어 하는 일엔 거의 회의가 없다.

평소에 늘 소통을 하고 딱 한마디만 말한다.

"문제 있나?"

없으면 통과고 있으면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회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그만 두리라 결심했다.

오늘 부터 내 대타를 구하는 중이다.

얼른 인수인계하고 도망가야겠다.

긴 회의를 하는 도중 피곤하거나 뭔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타나는 현상인 코피가 예의 여지없이 터졌다.

편도도 붓고 살들이 물에 불어 풀어진 비누마냥 무겁고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직 프로그램을 짜지 못했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오늘은 곧 죽어도 넘겨야 하는데,,,

  

"술도 끊고 담배도 끊어. 일도 하지 말고 일단 병원부터 다니고 다 나은 다음 일해요. 알았어?"

경어와 반말을 적당히 섞어가며 부탁인지 명령인지 모를 어조로 말했다.

생각해 보니 다른 일로라도 몇 번 그런 투의 말을 들었다.

살면서 누구한테 저런 강압적인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거침없는 그 태도가 싫지 않음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하게 했다.

말을 들을 건 아니지만 결론은 고마웠다.

스타일 상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말이 아닌데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를 몇번 울컥하게 만든 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Alice Cooper - I Never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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