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눈을 뜨자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보니 여덟시였다.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어서 눈을 떴는지 아니면 눈을 뜨고부터 숨을 쉴 수 없었는지는 모르나
숨을 들이 쉴 수도 내 쉴 수도 없을 만큼 가슴 통증이 심했다.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이라서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엎드려보기도 하고 구부려보기도 하고 뒤집어보기도 했는데 어떤 자세를 취해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어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조금 있으면 좀 잦아들겠지 싶었는데 왠걸?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었다.
병원 문 열 시간을 기다리며 별별 생각을 다했다.
아직 유서를 써 놓지 않았는데,,,어쩌지? 아파서 나 어떻게 되는 건 상관없지만 만에 하나 남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면 어쩌나,,,등등.
몸살 감기에 걸려도 꾹 참고 술 먹고 난 다음 날 머리가 좀 아프거나 위가 아파도 뭐 그려려니 하고 마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내 발로 걸어서 병원엘 갔다.
치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점 빼러) 를 가보긴 했지만 특별히 어떤 위협을 느껴 병원을 가보긴 처음이었다.
의사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어도 처음 느끼는 통증이라서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들이 쉬면 터질 것 같아요. 풍선 불면 볼때기가 찢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예요. 100미터를 전력질주하고 피니쉬 라인에 닿았을 때처럼 숨이 가파서 목까지 다 아파요."
그 말을 들은 의사 청진기를 대고 진료를 하고 이런 저런 문진을 하더니 소견서를 써 줄테니 지금 당장 큰 병원으로 가 보란다.
의사의 지시대로 삼성병원으로 갔다.
접수실에 소견서를 보여줬더니 바로 응급실로 가란다.
헉,
응급실이란 곳은 119 구급대 이런 거 타고 가거나 피칠갑을 하고 가는 곳 아닌가? 싶어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응급환자란다.
훔,,,걸어서 응급실도 가는구나,,,이런 생각을 하면서 절차를 마치고 안내하는대로 병원 침대에 누웠더니 갑자기 간호사랑 의사 대여섯명이 개때처럼 달려 들어 발목, 손가락에 뭐를 붙이고 윗도리를 제치더니 ER에서 봤던 그런 줄달린 것들을 이곳 저곳 온 몸에 붙이기 시작했다.
'훔마, 이게 도대체 뭔일이라냐,,,내가 지금 겁나 많이 아픈것인 건가?'
뭔 그래프 용지가 달그락 거리면서 인쇄가 되고 피를 빼고 링거 두개를 가지고 와서 꽂고 그 링거에 또 주사액을 주입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혈압이 160이 넘어갔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간호사가 와서 알록달록한 알약을 한 주먹 주며 먹으란다.
한참을 있었더니 의사가 와서 이것 저것 묻는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느냐? 몸무게는 얼마며 술은 어느 정도 마시며 담배는 피느냐 등등.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면 챠트에 적고 그러기를 한참 하더니 가슴 아픈 것은 좀 어떻냔다.
여전하다 그랬더니 간호사를 불러 뭐라 그러니까 간호사가 약을 가지고 와서 혀 밑에서 녹여 먹으라고 했다.
쩝,
어디가 이상한지 물었더니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의심 된다고 했다.
이어서 왼쪽 가슴에 볼펜으로 표시를 하더니 어디론가 침대를 끌고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침대 위에 변기통을 들여보내 주며 오줌을 받으란다.
거참나원, 침대 위에서 링거를 꽂고 소변을 보자하니,,,한 두가지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러고 누워서 얼마나 있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2~3시간은 있어야 한단다.
옆자리에서 들리는 소리들.
"엄마 내가 누구야?"
"누구긴 너지"
"어머님 저는요"
"얘들이 왜 이래들?"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병원이지 어디야?"
"이제 정신이 들었네. 병원인지도 알아 보고 우리도 누군지 다 알잖아"
사운드만 들리는 상황에서 유추하기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는 딸인 것 같았고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는 며느리인 것 같았다.
그리고 사방에서 들리는 신음 소리와 질문들 그리고 딸그락거리는 금속성, 슬리퍼 끌리는 소리 등등.
원무과에서 나온 사람이 보호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훔,,그럼 직접 계산을 하실 건가요?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다.
그럼 이따 퇴원 하실 때 원무과 들러서 지금까지 나온 금액이 얼마고 그 이상 더 추가 되면 말해 드릴테니 계산하란다.
알았다고 했다.
간간이 어느 환자분 보호자 분은 어디로 오라고 방송이 흘러 나왔다.
응급실에 온 환자들과 의사, 간호사, 보호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리고,,,
난생 처음 맞아 보는 링거액이 떨어지는 방울들을 보면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훔,,보호자라,,,보호자,,,그래,,보호자라는 것이 필요한 일인가보네? 보호자,,,보호자,,,그 보호자가 난 없구나,,,쩝,,,다행이군. 나 아픈 거 보고 놀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토록 편안하다니,,,그런데 왜 쓸쓸해 지지? 이쯤에서 예의상 눈물이 한방울 핑그르르 돌아줬다.
하하하하.
웃겨, 보호자가 뭐?
이런 걸 보고 원맨쑈라 하는 거지 뭐.
퇴원하면 유서를 쓰자.
그리고 또 뭘 해야 하나?
잠을 자려고 눈은 감고 있었으나 정신은 더욱 더 명료해졌다.
만약에 뭐가 잘못 되서 죽는다고 치자.
그럼 뭐 아쉬운 것이 있나? 생각해 봤다.
없었다.
혹시 미련이 있거나 여한이라도?
없었다.
지금까지 산 것 처럼 산다면?
괴롭지.
더 나아진다면?
뭐가 달라지지?
행복?
그게 뭐지?
그러고 난 다음엔 뭐가 있지?
없었다.
다만 내가 잘못했던 사람들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
지금 당장 끝이어도 아무 상관 없었다.
일단 조장을 했으면 좋겠으나 그런 장례가 아직 법적으로 인정이 안된다 하니 화장을 하고 찾아 올 사람도 없고,,, 있다해도 마찬가지겠지만 납골당은 만들지 말라고 하고 시골 집 감나무 밑에다 묻던지 아님 내가 자주 가던 해남 바닷가에 뿌려 달라고 해야지,,,
적지만 2억 정도 되는 재산은 다 맹인 협회에 기증을 하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잘 적어 누군가에게 정리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임무 수행료를 주는 거야.
통장에 있는 돈으로 충분히 장례 치르고 남는 건 가지라고 하면 가능 할 거야.
시골 집과 땅은 엄마가 알아서 하겠지,,,헉,,,여기서 갑자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 건,,,90 넘은 노모가 있었네. 아~~ 이건 아닌데.
그래도 계속 이어가 보자면 물건들은 가급적이면 다 소각하는 걸로 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알아서들 가져 가든지 뭐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 거기까진 생각하지 말자.
편안했다.
말로만 죽어도 여한이 있다 없다 상상했는데 응급실이라는 곳이 주는 느낌 때문에 상당히 깊이 생각을 해 봤는데도 정말 여한이 없었다.
그 생각을 하다가 며칠 전에 파종한 배추와 무가 생각 나서 혼자 피식 웃었다.
뷩신, 별걸 다 신경 쓰네.
푸하하하하하.
가슴의 통증이 사라지고 혈압도 내리고 검사 결과가 나왔다.
지금 까지 한 검사로는 원인을 밝힐 수 없으니 일단 입원 수속을 하란다.
켁, 뭔 소리?
입원을 하고 3일 동안 상태를 살피고 화요일에 정밀 검사를 해 보잔다.
허벅지를 뚫어 동맥에서부터 심장까지 내시경을 해 보자고.
뭘 뚫으? 허벅지를?
훔마, 무스그 이런 일이?
"아파요?"
"조금요"
"왜 화요일에 정밀 검사를 해야 하죠?"
"그날 교수님이 시간이 되거든요"
훔,,,
그럼 그 전에 사단이 나면 죽어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하니 괘씸했다.
멀거니 누워서 이런 소설을 계속 쓰고 있느니 그냥 나가서 다시 오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이 섰다.
"일단 퇴원하고 화요일에 올게요."
그럼 응급 조치할 약을 지어 줄테니 그걸 먹고 15분 내에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바로 응급실로 오란다.
알았다 그랬다.
치료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돈 없으면 죽은다는 말이 이런 말이구나 싶었다.
어째서 초음파 이런 것들이 의료보험이 안 되는지,,,쩝.
다음 날은 매년 모이는 친구들이 목포, 순천 등등 지방에서까지 우리집으로 다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번 뻐팅겨 보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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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와서 잘 놀고 갔다.
밤부터 머리가 또 깨지게 아프기 시작했다.
아스피린을 2알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2시쯤에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혈압혈 사혈을 했다.
4시쯤 자리에 누웠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눈을 잠시 붙이고 일찍부터 눈을 떴는데 역시나 머리가 무겁고 아팠다.
이런식으로 아파 보는 머리는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술 먹고 난 뒤 숙취로 인한 것 외에 머리 아프다라는 것은 속이 시끄럽고 정신이 사납다는 뜻이지 약을 먹어야 하는 그런 류의 아픔은 아니었으니까.
약국에 가서 혈압을 재보니 147.
처방전이 없으니 혈압 약을 줄 수는 없고 진통제를 줄 수 있단다.
일요일인데 어쩌지 싶어 한의사 동생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말했더니 우선 진통제를 먹고 내일 병원으로 오란다.
그러다 아는 분한테 전화해서 우선 그 분이 드시고 있는 혈압약을 받으러 가다가 일요일에 문을 연 내과를 발견하고 들어 가 진료를 받았다.
일단 혈압이 높기는 하지만 열이 나는 걸로 봐서 신경성 두통이 와서 혈압이 일시적으로 올라갔을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진통제를 줘 볼테니 먹어 보고 화요일에 진료를 받은 후 다시 오란다.
약을 먹고 일단 지금은 두통이 멈추긴 했다.
내일 한의원에 가서 우선 진료를 받고 모레 예약한 병원에 가서 마져 진료를 해야 왜 그렇게 아팠는지 알게 된다.
오늘 진료한 의사의 말처럼 신경성 두통이 혈압을 가져 왔기를 바라면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으로 수술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말로만 했던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일년 분 수영장 값을 하루에 지불하고 나자 정신이 좀 드는 모양이다.
모두 모두 건강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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