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경 하는 사람들에게
구름이 잠시
쉴 틈을 주네
-바쇼-
이 공간이 좋은 이유.
머리가 소란스러울 때 마다 편하게 글을 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 공간이 나는 좋다.
다른 님들 방처럼 뛰어나게 장식을 할 줄도 모르고 음악도 없지만 그래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끌적 거릴 수 있음이 좋다.
정말로 휴식 공간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매일 글을 올렸다(그런데 어제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해서 휴식을 할 틈 조차도
없었다.).
매일 뭔가를 써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무조건 이 공간이 좋다.
한 때 공영방송국의 오락프로그램과 민영방송국의 교양프로그램의 작가를 한적이 있다
둘 다 데일리 프로그램이었는데 날마다 아이템을 찾기 위해 크리핑 자료와 신문을 눈알이 빠지도록
뒤적 거리며 머리통이 깨지도록 생각을 해야 했다.
게다가 라디오가 아닌 텔레비전이라 글로 써 놓으면 영상으로 담아내야 하는 고충까지 겹쳐 이만 저만 머리가
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템을 찾기는 오프닝 멘트와 클로징 멘트를 쓰는 것 보다 쉬웠다.
참!참!참!
“봄이 왔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어쩌고 저쩌고……” 써서 방송을 내 보내고 나면
그 다음날도 봄이었고, 그 다음날도 봄이었고, 봄은 매일 계속되고 있었다.
그 때 한 결심한 것이 절대로 데일리 프로그램은 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날씨 어쩌고 저쩌고 운운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때 생긴 메모하는 습관이 남에게는 쓰레기로 보이는 온갖 쪽지들이다.
담뱃갑, 신문지 귀퉁이, 명함……심지어 급하면 팔뚝에 이르기까지 정말 그 때는 닥치는 대로 메모를
해야 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식으로 그 쓰임새가 생길지 몰랐었으니까.
매일 뭔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도 10수년이 넘도록 데일리 프로그램을 쓰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너무나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글쓰기가 나를 무섭게 한다.
그 때 겪은 강박증보다 더 심하게 시달리며 날마다 잠 못들 게 만드는 글쓰기가 언제쯤 행복한 글쓰기가
될 수 있을런지…….
마감일은 바짝바짝 다가오고…….
괜찮은 생각은 떠 오르질 않고…….
어쩌자고 나는 천재로 태어나지 못 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망막 할 뿐이다.
하여, 뭐라는 이도 없고 매일 쓰지 않아도 되는 이 공간이 어찌 좋지 않으랴!
짱짱 ^*^))// 방글방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