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선물 받다.
며칠 전 출근길에 우편함에 들어있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미지의 어떤 이가 시 전문 계간지를 2년 동안 정기 구독해서 보내 온 것이다.
단지 뭔가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좋을 수도 있었고,
딱히 이러이러하다는 말로 꼬집어서 표현 할 순 없지만
사실은 미지의 존재에 대해 팽팽하게 이어진 인연의 끈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은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선물 받은 것이다.
“내가 가진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그것을 물리적으로 영화화 할 수 있는 것 보다도 훨씬 많다.”
영화계의 거장, 감독 우디 알렌이 한 말이다.
그의 천재성은 이미 영화계에 알려 질대로 알려져 있지만
상상하는 모든 아이디어가 영화화 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줄은 몰랐다.
그렇담 그가 많든 영화들이
그의 상상력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잘 만들어졌다는 얘긴데…….
그의 천제성이 부럽다.
나는 우디 알렌을 좋아한다.
그의 유머에는 낙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자뭇 냉소적인 시니컬함이 숨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텅 빈 농담들은 순간적인 기쁨을 주기에는 더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송곳 같은 날카로움이 없는 유모란 재미없는 말 장난에 불과해서
열망하는 것을 채우고자 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맘을 허하게 한다.
그 비워져 가는 속도를 잡지 못하고 설렁궁 설렁궁 살다 보니
이제는 아예 가속도가 붙어 속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헤매던 중
희망 하나를 선물 받았다.
젊은 날에 열망했던 인식욕.
분명 발견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던 존재의 합일.
밤을 새워 열거해도 모자랄 무형의 추상 명사들에 얽매어
밤마다, 밤마다 손톱을 세워 자해를 해도
짐작과는 달리 풀어지던 끄나풀들.
그리고, 그리고 절망들.
견유를 사유하지 않았다면 살아 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지난하고 힘겨웠던 청춘과의 싸움에서 돌아와.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관조의 세계와 악수 하고 싶다.
*한국 축구가 4강에 진출했다.
하면 된다. 그리고 해야 한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해냈다.
우리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우위에 서서 당당하게 시합을 했다.
승리의 여신은 당당한 자의 편이었다.
어느 경기하나 미국처럼 어부지리로 올라간 게임이 없다는 것이 더 기분이 좋다.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이 4강에 진출함으로써 얻어진 것은 단지 4강 진출이 전부가 아니라
그 특별하고도 위대한 신화창조의 과업을 달성한 업적 이상으로
에너지원이 되게 하는 희망을 국민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다.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질 좋은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 해 보며,
영화감독 보다 축구감독이 훨씬 낫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게 하는 날이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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