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보이지 않는 향기.

monomomo 2002. 6. 23. 04:06






보이지 않는 향기.




한 남자가 있었다.

나는 그와 아무 상관도 없는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름도 몰랐으며 말 한번 건네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좋고 싫음이 꼭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내가 싫어하는 데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향수를 썼던 것이다.

그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그렇게 잘 생기기도 힘들만큼 미남이었던 그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나는 항상 냄새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얼굴이야 안 보면 그만이지만 냄새는 고개를 숙여도 난다는데 있었다.

왜 그렇게 신경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엔 그가 몇분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나갔는지 알아 맞출 만큼

그 향수는 1년동안 지독하게 나를 괴롭혔다.

그 향수 이름이 다름아닌 켈빈클라인1이다.

그 이후 친한 친구가 그와 똑 같은 향수를 뿌리고 다니자 나는 정말 너무나 진지하게 부탁을 했다.

네가 그 향수를 좋아한다니 뭐라 말을 못하겠다만 나를 만나러 오는 날 하루만 뿌리지 말아달라고.

향기는 눈에 보이진 않으나 후각을 자극하여 가슴으로 스며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이 내 뿜을 수 있는 고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향수의 종류 만큼 다양하게.

거기엔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향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자신만의 향기로 기쁨을 주는 몇몇 님들이 있다.

그렇게 기쁨을 주는 님의 게시판에 올린 글 여기 옮겨 놓는다.

나는 어떤 향기를 가진 사람일까?

생각하면서…..





<인사동에 앉아…….이방인을 생각하다…….>




막 출근을 하려 할 때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점심을 먹자고 …….

인사동 크라운 베이커리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종려나무 이파리로 여치며 맹꽁이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았다.

"마르지 않을까요?" 라는 나의 질문에

" 당연하죠! 사람들은 당연한 걸 왜 묻는지 몰라! 꼭!"

찔끔 놀란다.

-당연한 걸 왜 묻는지 모른다…….

-속으로 되뇌며 돌아서는 뒷꽁무니에다 대고 더 덧붙이는 한마디…….

"별 걸 다 걱정이야!"


-별 걸 다 걱정이라-

철 .학. 이 . 따. 로. 없. 었. 다.


당연한 걸 물을 때는 그 안에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뜻이 숨어있을지언데…….

그 사람 역시 내가 왜 묻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와 나는 피장파장인 셈…….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였다.

친구와 식사를 마치고 경인 미술관에 가서 뜰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앉아 차를 한잔 마셨다.

연녹색 감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 마다 감 꽃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렸다.

어렸을 적, 감 꽃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녔던 생각이 나뭇잎에 부딪치는 햇살처럼 반짝하고 스쳐 지나갔다.

내 또래 아줌마들이 마당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모습이 한가롭게 보인다.

문지방만 넘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여유를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사무실에만 쳐 박혀 있었는지…….

불러내준 친구가 고마웠다.

이 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또 하나의생각.

본 적도 없고 잘은 모르지만 이유없이(없지는 않겠지만 잘 모르겠음) 맘이 가는 이방인님.

이렇게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방인님.

불현듯 그런 느낌이 왜 드는지 스스로 궁금해진다.

친구는 말했다.

그 동안 마음이 편했다고…….

그래서 행복했다고…….

그래서 어느 때 보다 열망하는 것들에게 충실할 수 있었다고…….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고…….

기도한 만큼 바라게 되더라는 것…… .

그것은 곧 욕심이었다는 것…….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 상처를 받았다고…….

이제는 다시 생각을 정리 해 보겠다고…….

내가 말했다.

그러냐고…….

그러라고…….

우리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를 털었다.


미술관을 나오는 길에 어느 화가의 한국화를 전시한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묵향 가득한 전시관에 들러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냥 지나치면서 방금 한 생각이 몹시 부끄러웠다.

-여유는 마음에 있는 것-

알고도 행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도자기 집 앞에 햇차가 나왔다는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전, 눈작, 세작.

어느 해인가 친구한테 30만원짜리 녹차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그 녹차가 다 떨어진 후 나는 그 친구를 원망했다.

평생을 대 줄 것도 아니면서 입맛만 높여 놓고 나 더러 어쩌라는 것인지…….

어쨌든 녹차를 샀다.

우전으로.

녹차를 즐긴다는 이방인님을 생각하며 한 개를 더 샀다.

내가 내 친구를 원망했듯이, 나 역시 이방인님께 두고두고 원망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전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리라 믿으며…….

이 차를 마실 때 마다 오늘의 한가로운 오후를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사무실에 오자마자 녹차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고로 나는 지금 인사동 뜨락에 앉아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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