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치
결혼한 후배 집에 세 번이나 간 나.
네 번째 갈 때도 예의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후배한테 전화를 걸어 데리러 나오라고 한다.
그 때 후배 왈,
“참 대단한 능력이야! 어떻게 그렇게 매번 길을 새롭게 느낄 수가 있죠? 아무리 생각해도 선배는 천제인 것 같어.”
그런 것 같다.
회사 근처에서 오피스텔을 잡아 놓고 원고를 쓰는 작가들에게 위문을 가기 위해 직원을 대동하고 간다.
처음엔 직원과 함께 갔다.
두 번째도 직원과 갔다.
물론 세 번째도 당연 직원과 갔다.
가면서 생각했다.
네 번째는 꼭 혼자 찾아오리라.
그러면서 골목을 외웠다.
음 세 번째 골목에서 오른 쪽으로 꺾고…등등.
그런데 다섯번째 다시 그 오피스텔을 가다가 다시 시무실로 되돌아 가야만 했다.
도저히 찾을 길이 없었다.
다시 직원을 따라 가면서 물었다.
“저기 말이야, 이번엔 진짜 혼자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내가 분명 외워 놨는데, 그때 그 공사하던
그 집이 없어졌어. 음 공사 하는 집 골목으로 들어 오면 찾기 쉽겠군하고 다 생각해 놨는데…….”
그 말을 듣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웃던 직원, 숨을 고르고 한마디 한다.
” 그 집 다 지었어요. 여기잖아요? 여기!”
직원이 가리키는 손끝엔 새집 한 채가 앉아있었다.
하항! 그럼 그렇지! 내가 집을 못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기억해 둔 골목엔 저런 새집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시멘트 포대며, 골재, 판넬들이 널부러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집이었던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절대 나의 잘못이 아니다.
이사를 간지 얼마 안됐을 때다.
좀처럼 다른 동네로 원정 가서 술을 먹지 않는 나.
그날을 꽤 먼 곳으로 술을 마시러 갔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운전수에게 계속해서 번지 수만 말하다가 결국은 친구 집에 가서 잤다.
당연히 친구가 데리러 나왔다.
어쩌다 산책 갔다가 사무실을 못 찾아서 직원들한테 데리러 나오라고 한적도 있고,
지하철 입구를 한번에 제대로 찾아 나오기란 참으로 힘든 일 중의 하나이다.
한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절대로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앞이 깜깜해지고 움직일 수가 없다.
얼마 전에도 1년 넘게 산 집을 못 찾아 엄청 헤맨 적이 있다.
택시가 방향을 거꾸로 내려 줬던 것이다.
참참참!
아무래도 나는 길을 싫어하나 보다.
그런데 왜 여행은 잘 다닐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말이 통하지도 않는데도 혼자 잘 돌아 다닌다.
생각해 봤다.
그것은 다시 올 수 없는 곳이어서 눈 여겨 봐 놓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 되어진다.
고로 난 늘 다녀야 하는 길이 싫은 게지 길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
이렇듯 숫자를 외운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고, 이름을 외운다는 것 역시 더 엄두가 안나는 일이다.
거기다 기계, 아! 기계는! 참참참……. 기계는 이모든 것을 다 합쳐도 모자랄 만큼 엄두가 안난다.
음치…이것은 경우에 따라서 아닐 때도 있다.
운 좋으면 간혹 다스릴 수 있는 음을 만날 때도 있으니까!
짱짱 ^*^))// 방글방글.
..............................................................................................................................................................................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러개가 모여 하나가 된... (0) | 2002.06.29 |
---|---|
그녀의 방정식. (0) | 2002.06.29 |
본향같은 년, 놈들. (0) | 2002.06.25 |
보이지 않는 향기. (0) | 2002.06.23 |
미소가 주는 에너지. (0) | 2002.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