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노래의 향기.

monomomo 2002. 9. 2. 16:15








어떡하다 이렇게 생겨 먹었는지 몰라도 태풍이 온지 간지도 모르고 지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가 오니까 바람이 부는군! 태풍인가? 하고 생각 할 정도로

텔레비전이나 신문, 어떤 매체든 접하지 않고 산지 오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알아도 모르지만 진짜 몰라서도 모르는 얼치기인 나는

오늘 오후에 창 밖으로 보이는 산에 걸친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좋다! 참 좋다!”만 연발하며

오후 한 나절을 보냈다.

그리고 모처럼 아주 어렸을 적에 듣던 음악을 들었다.

버스 비는 100원이었고 라면이 분식점에서 300원하던 시절에

사거리 귀퉁이에 있던 레코드가게 아저씨가 몰래 팔았던 빽 판을 700원에 사 들고

3Cm라는 이름을 가진 이름만큼 작은 카페로 가서 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듣던 그 시절의 노래들을.

노래엔 묘한 향기가 있다.

노래엔 또 어떤 시절로 곧 바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 노래를 함께 듣던 사람이 떠오르고

그 때의 상황이 생각 나고

또 그 때 유행했던 다른 곡이 동시에 떠 올라서 찾아 듣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오늘은 내가 열어 놓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음악적인 성향이 같은 한 사람을 만나

하루 종일 함께 노래를 같이 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옛 생각을 하다가 어떤 친구가 한 말이 문뜩 생각이 난다.

그 친구는 어떤 노래를 듣다가 느닷없이 “이 노래에서 파스냄새가 나지 않니?” 라고 물었다.

노래에서 파스 냄새가 난다?

그 친구는 말했다.

어릴 적에 집에 전축이 없어서 노래를 듣고 싶어도 들을 길이 없었는데

한 친구의 집에 독수리가 그려진 천일 전축이 있었다고 한다.

친구는 그 친구와 친해질 수 있는 어떤 공통점도 없었고 실제로 심정적으로는 전혀 친하지 않았으나

노래를 들을 욕심에 그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었다고 한다.

그 친구의 오빠는 운동 선수여서 물 파스나 안티플라민이 전축이 있는 방안에 항상 있었고

오빠가 매일 바르기 때문에 방안엔 온통 파스 냄새가 베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노래를 들을 때마다 콧속으로 싸하게 들어 오던 파스 냄새를 맡으며 들었던 노래를

지금 들어도 그 노래에서 파스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내가 잊고 있었던 곡을 그가 신청했고 그가 잊고 있었던 곡을 내가 올려주며 무려 8시간 이상을 들었다.

거의 하루 노동 시간과 맞 먹는 시간이었다.

노래를 듣는 동안 내내 행복 했었다.

어떤 식으로든 아마 나는 오늘을 기억 할 것이다.

덕분에 당차게 귀청소를 한 날이기도 하고.

오늘의 방제는

ㅡRock Will Never Dieㅡ였다.




짱짱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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