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아주 어렸을 때(열 살로 기억 된다)이다.
아버님께서 퀴즈를 낼 테니 맞춰 보라고 하셨다.
난 속으로 은근히 뻐기면서 금방 맞출 자신감을 가지고 그러마고 대답했다.
까짓 아버님이 내는 퀴즈쯤이야.
아버님; 솜 한 근하고 쇠 한 근하고 어떤 것이 더 무거운지 말해 봐라!
나; (열심히 생각하는 듯 보이나 엄청난 문제에 봉착한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온갖 잘난 척은 다 해놓고 결국 문제를 못 맞추고 말았다.
쇠가 더 무겁다고 말 한 것이다.
아버님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솜이나 쇠나 한 근은 같으니라!
아아~~ 그거였구나!
난 그때 아주 상식적으로 쇠가 무겁다는 편견 내지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문제의 핵심을 잘 못 읽었거나 너무 어렵게 생각을 한 것이다.
이미 답을 말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틀린 걸 보면.
아버님은 이어서 또 문제를 냈다.
그럼 이번엔 남산에 제일 큰 나무가 몇 개인지 알아 맞춰 보아라!
이번에도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남산에 가본적도 없고 그 많은 나무 중에 큰 나무가 몇 개인지 어떻게 맞추나?
아버님 또 조근조근 설명해 주신다.
아가! 제일 큰 나무라고 하지 않았냐? 제일 큰 나무는 하나 밖에 없지! 안 그래?
아아아아~~~~
그거였구나!!!
새삼스레 지금 아버님이 내셨던 퀴즈가 떠 오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답이 이미 나와 있는데 너무 골똘히 생각하느라 또는 오답을 애써 찾느라 헤매고 있지는 않는지.
콘티를 짜다 보니 자꾸만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단순함의 미학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가지로 기타등등…….
이제는 쇠 한 근이나 솜 한 근이나 무게가 같고
남산에서 제일 큰 나무는 한 개 밖에 없다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헤매고 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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