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연꽃 만나러 가는 길.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에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에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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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흉흉한 날이었다.
지난 밤,
나는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을 들킬까봐 크게 웃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너무 멀다.
이별이라면 영 이별이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만나지 않도록.
잃어버리다.
잃어버렸다.
다시 주울 수도 없고,
다시 담을 수도 없다.
물론 다시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잃어버리다,
잃어버렸다.
내 의지가 아닌채,
나는 당황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입술을 앙다물고,
눈을 크게 뜨고.
그런데도 비죽 솟아오르는 눈물 때문에 내 얼굴을 찌뿌리게되고,
내 목소리는 무겁게 갈라진다.
가슴이 쓰리다.
천식환자의 폐처럼 내 폐부도 들숨과 날숨에 따라 통증을 만든다.
나서야겠다.
병이 깊다.
잃어버렸으므로.
그 빈 자리를 의연히 볼 수 있도록 거친 걸음을 걸어야겠다.
채우지 않을테니까, 그 빈자리는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이니까.
나의 고르지 못한 발자국소리로 그 빈자리를 보듬어야 할 것이다.
바다가 보고 싶다.
내 눈물을 닮은 무엇인가를 만나야겠다.
잘못된 시작,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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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다를 봤다.
조선비치 커피숍에서 잠시 바라 본
해운대 백사장는 멋있어 보이기보다도
안정감이 생긴다기 보다도
답답하게만 보였다.
툭 트인 시야,
검푸른 바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닿아있는 수평선과 하늘.
그리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
카프리 한병을 마시며 카리브해였으면 하고 바래 본
절망보다 더 절망스러운 꿈을 꾸며
이렇게 반나절 생각 없이 앉아 있고 싶었다.
날마다 이어지는 밤씬들을
마치 전쟁을 치르듯 찍어대며
지는 해가 무섭고
뜨는 해는 섭섭하고
아침이 오지 말기를 고대하고
밤이 오는 것이 겁나고
하여간
기타등등
나는 지금 나를 가두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그럴 권리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역시 세상은 나같은 인간이 살아 내기엔
부적절한 공간인 것 같다.
스스로 격리 수용하고 싶었던 천재적인 발상을
왜 실천에 옮기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을 하며
이 밤도 두려운 시간을 맞이 하고 있다.
이해 할 수 없는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왜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이지
걱정이 태산 같아도 잠은 왜 오는 것인지.
세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바로 나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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