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쯤이었나보다.
춘천에 온 것이.
역사를 나오다 발견한 쪽도리 꽃이 아니었다면 그것 조차 몰랐었을 것이다.
춘천은.
참으로 이상하게 내게 친근한 느낌을 준다.
춘천에서 살고 싶어서 두번의 이사 계획을 시도하다가 말긴 했지만,
그래도,
이른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조카가 살고 있고,
감히 첫사랑이라 말 할 수 있는 사람의 고향이었고,
그 이후에도 맘이 가는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청량리 역에서 차를 기차를 타고
눈을 한번 감았다 떴더니 춘천이었다.
멋진 저녁 식사를 대접받고,
조카의 집으로 왔을 땐,
소양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아파트라는 느낌보다,
엄청 후덥지근한 도시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확실히 여자는 시각적이기보다도
후각, 혹은 감각적인 것에 가까운 동물인가보다.
잘은 몰라도,
언젠가는 이 고장에 와서 살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든다.
마흔이 다 된 조카 앞에서,
흰머리를 부릿지라 빡빡 우기며,
그래도 이 나이에 서로 코맹맹이 소리를 하고 지낼 수 있는 피붙이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조카야,
자기가 난 자식 챙기기에 바빠
정신을 분산하느라 애를쓰고 있었긴 하지만.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그런데 너무 꿀꿀하군.
물안개를 머금은 소양강 저편으로 빛나는 불빛이
습기 가득한 내맘과 비슷하게
게슴츠레 빛나는 걸 보면.
산다는 것은,
강을 뒤덮은 물안개를 보며,
멋지다고 말했다가도,
꿀꿀하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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