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손에 익은 질 좋은 펜 하나와 카메라 그리고 오디오 셋트.
지금은 다 가졌다.
그러면 그 이후엔 또 소유하고 싶은 것이 없어야하는건데
또 생겼다.
햇살이 잘 드는 마당 넓은 집.
봄날의 아지랑이가 막 떡잎이 돋아나는 화단에 내려 앉을 때
눈을 반쯤 감고 꿈인듯 생시인 듯 바라보면서
살랑이는 바람이 귓가를 스칠때 쯤 잠이 들었다가
지붕 차양 그림자가 마당으로 점점 키를 키워 갈 때쯤
한기에 눈을 떠 마당으로 나가
한낮의 지열이 남은 온기를 느끼면서
등 허리에 내려 앉는 하오의 광선을 즐길 수 있는 집.
텃 밭엔 수고스럽지 않을만큼의 야채를 심고
집 주위엔 과실수를 심고
꽃 밭엔 얼굴 큰 꽃들을 심고 싶다.
해바라기, 다알리아, 목단, 키다리,
얼굴 작은 꽃도 심고 싶다.
채송화, 마아가렛, 패랭이.
들꽃들도 심고 싶다.
양지, 민들레, 제비, 할미, 쑥부쟁이, 자운영.
들어 오는 길목엔 벚나무와 은행나무를 심어서
봄 가을이 섭섭지 않도록 잘 가꿔진 집.
몇 해전 고향에 집을 직접 지어서 저런 집이 없는 건 아닌데
지금 내가 살고있는 서울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있으나마나한 느낌이다.
잘은 몰라도 이변이 없는 한 그 집 가서 살 것 같지는 않다.
하여 서울근교에 있었으면 좋겠다.
가능할 것이다.
지금 살고있는 집을 집어치고 들어가면야 왜 불가능 할 것인가.
다만 직업상 이러고 있다.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꿈 하나쯤 가슴에 담고 있어도 무방 할 것 같아 실행하지 않는다고 자위해 본다.
사유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내가 사유 하고 싶었으나 사유하지 못한 것을 사유한 친구와
아름다운 것을 발견 할 수 있는 눈을.
그러나 그렇질 못했다.
친구는 발견했으나 늘 멀리있고
눈은 이미 퇴색한 관계로 봐도 못 보고 지나치는 것 같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잡을 수 없는 것과 잡아지지 않는 것.
이미지와 형상들.
...
...
...
결론은 사유보다는 소유가 훨씬 쉽다는 것.
가만보면 나도 참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사유가 내겐 내내 미련이 될 것 같다.
가슴 한켠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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