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일상의 갈등을 포착한 한국의 여자 레이몬드 카버... <널 사랑하게 해봐>

monomomo 2006. 12. 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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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정희,,,입에다 줄줄 달고 다니는 말-레이몬드 카버-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 줘, 숏컷, 사랑에 대해서 말 할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그리고 혈액형 이야기다.
레이몬드 카버, 좋지.
사뮤엘 아담스를 좋아한대서 작가냐고 물었더니 맥주 이름이란다.
나중에 마셔봤는데 뭐 맛은 맥주 맛이었다.
오렌지, 토마토를 쓰자 물었다.
바나나나 키위는 안써?
쓸 거야.
난 그때의 신간 "사랑"을 읽고 있었다.
남편 정영문-겨우 존재하는 인간,핏기없는 독백,검은 이야기 사슬,나를 두둔하는 악마에 대한 불온한 이야기-씨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글을 쓰는데 잘 살고 있는지 연락이나 한번,,,.
말이 통했던 몇 안되는 사람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레이몬드 커버에게 바치는 글일까? 언젠가 계간지거나 다른 지면에서 읽었다는 기억이 났지만 다시 읽었다. 정정희는 대중소설과 본격소설(언제나 두렵다, 이런 이분법이...)의 중간 즈음에 자리를 매김하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문학적 지향의 어두움이 발견되어 마음이 놓임을 느꼈다. “...이 술은 아주 조그만 병에들었는데 한약 냄새 같은 게 난다. 목구멍에 넘어갈 때 마치 뜨거운 코끼리 한 마리가 코를 길게 뻗어서 내 몸 속으로 마구 밀고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야...” 아내가 떠나간 자리에 들어선 낯선 여인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향해 복귀하는 신뢰의 이야기.

「공룡」.
두 여자의 우울한 여행, 그들은 맛이 없는 밥상을 받고 이렇게 말한다. “왜 그럴까. 모두들 연애하면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무슨 일에든 긍정적으로 변하는데 우리한테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버드나무처럼 해롱거리고 싶은데 그게 왜 안 되는 거지. 어쩌면 이렇게 다 맛이 없니. 삼천원이니까 봐주지 삼천오백원만 됐어도 어림없어.” 그러나 두 사람은 조바심 속에서도 스스로를 자위한다. “... 아마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중에 그리워 할만한 어떤 부분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스산하고 두 여자의 심리를 따라가는 게 나로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런데로 읽힌다. ‘언제든 스스로를 조난시킬 수 있는 자유’를 지닌 남자, “...몇 세기 전의 공룡이 이 세상에 동화되지 못하고 퇴화되어버리고 말았듯 그는 새활이나 일상, 햇빛, 특별한 애정, 자신이 육체를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 등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유폐된 채 하루하루 퇴화되어가고 있었다..”라고 설명되는 공룡같은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이해하는 일이 어떻게 쉬울소랴.

「자두잼」. 크리스틴을부터 모든 것을 얻은 남편이 자두잼을 선물한 수잔에게로 간다. 그리고 남편의 생일날 크리스틴은 생일선물로 수잔의 잘려진 머리를 선물한다. 그리고 이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인숙이 있다. 인숙은 미국 이민 생활에서 일정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아들의 가출과 남편의 사고를 거치며 이제는 슈퍼에서 초라하게 일하고 있는 형편... 두 사건의 연관성을 이렇게저렇게 골똘히 찾으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곧 잊혀질 어느 오후」. 헤어진 연인이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의 나를 방문한다, 물론 느닷없다. 허공에 떠있는 듯, 부유하듯 소소한 삶... 그 속의 연인 관계, 그리고 미국 속에서의 한국인이라는 자폐적 정체성에 대한 설명.

「지하철에서 그녀가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막연하고 모호한 설정. 남편의 실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아내. 어느날 지하철에서, 그녀의 허벅지를 물었던 남자와 그 남자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남편 또는 남자의 아내. 다시 한번 막연하고 모호하지만 섬뜩하다. 삶은 의외의 위기들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 앞에서...

「봄 밤의 일」. “...그녀는 연약한 것과는 거리가 먼 여자였다. 하지만 그의 사랑 속에서 그녀는 얇은 습자지처럼 한없이 연약했다.” 스러짓들 연약한 그들의 불륜. 통속의 음습함마저 기를 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어째서 불륜도 사랑인 것이냐...

「전화의 저편」. 인자의 일상. 인자가 사랑하는 그와 그가 사랑하는 송미란. 사랑 중에 이만큼 멀고 먼 사랑이 있을까 싶은, 이 가련한 사랑의 이야기라니. 연결되지 않는 줄 알았던 사랑이 연결될 수 없었던 사랑으로 밝혀지는 반전이 너무 무섭기는 하지만 좋은 연애소설이다, 그 허상의 세계를 제대로 관통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나」. 아버지와의 관계가 유난히 돈독했던 누나. 그 누나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살을 결행하려 택시에 뛰어 든다. 하지만 목숨을 건지고 이상하게 변해버린 그녀는 가정이 있는 택시 기사의 아이를 낳고, 모진 핍박 속에서도 그 생을 유지한다. 수수께끼 같은 누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나와 아내의 사이, 그리고 이혼, 하지만 끊이지 않는 아내의 도움 요청...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려 하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냐고 훈계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스카이 블루 핑크」. “하늘은 여전히 스카이 블루 핑크, 아들의 어린 시절 그림 같이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의 슬픔 극복기. 슬픈 것을 너무 직설적으로 슬프다고 말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텔 마릴린」. 모텔 마릴린의 주인인 나와 원조교제를 위해 그곳을 찾았다가 아예 눌러 앉은 소녀 미나와의 만남과 죽음으로 치닫는 이별. 관계의 엉성함을 보완하는 그 무엇도 발견되지 않아 아쉽다.

「벤자민」. 입양아인 옥과 벤(벤자민 밀러). 뿌리를 다른 곳에 둔 채 줄기만 똑 잘라 다른 곳에 심어 놓은 형국일까? 입양이란...

「부드러움이 주는 교훈」. 열네살 소녀인 나. 일년전 약혼녀를 잃은 그. 갑작스런 기절 소동으로 쉬고 있는 나, 그리고 겨우겨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의 부모. 이런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그. 하지만 그는 어느 저녁 나를 태우고 약혼녀를 잃었던 바로 그 교각을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알고 소리를 지르며 기절을 하고 만 나를 위해 멈추어선다. 그리고 침착하게 나를 풀밭에 눕히고 자신의 셔츠를 벗어 머리까지 받혀준다. 그리고 그는 애초의 자신의 의도대로 차를 몰아 교각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렇게 그는 윗몸이 알몸인 채로 죽음을 맞았다. 선명한 이미지가 좋다.

「나비부인들」. “... 자기는 사랑이 유리잔체 알랑거리게 술을 담고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천 개의 계단을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했대... 무시무시한 노력이었다는 얘기지. 구백구십구 계단에서 자기는 술을 한 방울 흘렸다는 거야. 그래서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경과 정민과 나. 유부녀, 이혼녀, 불행한 결혼녀의 저녁 술자리 쯤...

일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평온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원죄와도 같이 격렬한 갈등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의 대표격인 것이 바로 사랑이다. 지난 80년대 미국의 레이몬드 카버는 바로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미국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건조하기 그지없는 서술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문체로 서술하여 단편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었던가. 하지만 그와 비교하여 정정희는 미숙해 보인다. 물론 그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정정희 / 널 사랑하게 해봐 / 문학동네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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