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파김치 좋아하냐?"
"응, 왜?"
"담궈서 좀 갔다줄라 그러지"
"야~~!! 그거 다듬기 힘들잖어. 하지마~~!"
"딸이 좀 담궈 달래서"
"딸이 그런 거 담궈 달라 그러기도 해?"
"그러엄, 딸이 안 그러면 누가 담궈 달래냐?"
"아~~아, 딸이 그런 부탁도 하고 그러는구나, 난 엄마한테 뭐 부탁하고 그런 거 일생에 안 해봐서 몰라."
며칠 전에 대학에 다니는 딸네집에 오면서 나까지 주려고 과일이랑 반찬류를 주섬주섬 싸들고 온 친구가 다음날 나와 통화 한 내용이다.
딸네 집으로 오라고 한 걸 안 갔더니 못내 서운했는지 이젠 파김치를 담궈 준단다.
걔가 싸 준 된장이랑 장아찌 류,,,저번에 준 파김치도 아직 있는데.
술 마시지 말라고 하면 절대 안 들을 거 아니까 매실로 직접 음료수를 만들어 주면서 술 먹은 다음날 꼭 마시라고 신신 당부한 친구다.
오디를 설탕에 재다 주질 않나, 남편에게 나 필 담배 심부름을 시키질 않나, 메모지 같은 걸 호주머니에 넣어주며 뭘 써놨으니 집에 가서 읽어 봐 그래서 알았다 그러고 와서 보면 글자는 한자도 없고 돈이 들어 있질 않나, 그걸 알고 안 받았더니 이젠 언제 넣었는지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어 놓는다.
거 참.
키가 160센티미터가 안되는 친구다.
"저기 말이야, 키 작은 사람도 애 낳을 수 있구나"
이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대꾸도 안 했다.
서너 사람에게 물어 봤다.
작은 사람도 애 낳네라고.
그러고 보니 큰 사람이 그닥 많지 않았다.
키 작은 내 조카가 애 낳았을 때도 물어 봤다.
"너처럼 작은 사람도 애를 낳을 수 있구나"
조카 역시 어이가 없었던지 씨익 웃었다.
"배면 낳는 거지 뭐"
하하하
그렇지.
근래에 와선 이제 아이가 정말 이쁘냐고 묻는다.
다 이쁘다고 말했다.
한 열사람에게 물어 봤다.
"그럼 말이야 엄마나 아부지 좋듯이 그런 감정이야?"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그 감정이 궁금했다.
"그거랑은 조금 다르지만 아주 이뻐 죽어"
훔,,,그렇구나.
사람이 풍경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후배는 아이한테서 단내가 난다고 했다.
살갗에서 나는 단내.
그걸 모르면 인생의 반을 모르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단맛을 한번도 맛 보지 못한 사람에게 설탕이 달다는 걸 말로 어찌 설명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해 준 친구도 있다.
겁나 어려운 것이로군.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나의 천국엔 저 부분이 빠진 천국이란 말인게로군.
훔,,,,,
그래, 좀 억지스럽지만
설탕의 단맛을 모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난 단 걸 싫어하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생각도 해 봤다.
살면서 고의든 아니든 죄를 짓고(신발에 깔려 죽은 개미나 성경책에 압사당한 바퀴벌레 뭐 이런 죄라도) 사는 사람들에게
그 죄값을 사함 받고 조금이나마 은덕을 쌓으라는 의미에서 자식을 주는 것 아닌가?라는.
아님 말고.
가만, 그럼 내가 지은 죄는 올곳이 다 내가 받겠군.
쩝,
할 수없지.
그래도 나는 홀로 살련다.
Home, Sweet Home 하면서 모두모두 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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