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내 전생은 파계승이라고 한다.
성별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나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중질을 더 이상 못하고 산에서 뛰쳐나온.
하여 이생에서 그 업닦이를 하느라고 다시 중이 되어야만 잘 살 수 있는 사람인데
그도 못되고 반 중처럼 산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사주팔자쟁이가 한 말이긴 하지만 난 100% 믿음이 간다.
이유인 즉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늘 중이 되고 싶어했다는 것과
실제로도 머리를 깎으러 절을 찾았을 정도니까.
결국 그 액땜이라도 하듯이 팔자에 없는 배우로 영화에 스님으로 출연도 했다.
우담바라라는 영화.
그 주인공 옆에서 무지무지 잘 챙겨 주는 커다란 섬덩어리마냥 둥글넓뒈뒈한 스님으로.
그리고 스님이 되고 싶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과
내깐엔 사랑이랍시고 했는데 그 사람을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진짜 머리를 깎고 산으로 가버렸다.
전생엔 내가 파계를 하고 이생엔 맘가는 사람을 산으로 보내고,,,
10년이 지나도 내 맘이 변하지 않았으면 파계를 하겠다고 했는데
전생에 다 못 닦은 엎을 이생에서 덧 얹어져가며 내생에서 또 이런 삶을 살 이유는 없지.
10년도 더 지난 일이니까 지금쯤은 반쯤 도사가 되었겠지.
이해가 갈지 모르겠지만 그때 땅 무지하게 많이 팠다.
애 궂은 땅을 운동화 끝으로 반복해 가며 파면서
흙을 이리로 모아 보다 저리로 모아 보다 다시 덮어 보다,,,
아카시아 이파리도 무지하게 많이 뜯었다.
뜯어서 버리다가 다시 줏어서 손끝으로 문질러 손톱 밑에 풋물이 들도록 짖이기곤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 뭐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인생이 소설보다 훨씬 더 우화적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 정리를 못하고 10년을 울고 불다가 마음 한켠 자리 잡은 사람이 있었다.
내 완벽한 거짓말과 그쪽의 완벽한 비밀에 서로 속고 속이면서
또 한번 믿거나 말거나 100% 마음만 주고 받았다.
악연도 인연인데
비켜 갈 인연이었다면 부디치지도 않았겠지 싶어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 것이다.
그래야 정말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내세엔 지금처럼 살지않을 것 아니겠는가?
전생에 나를 기억 할 수 없듯
내가 설령 지금의 나인줄 모르고 살아가겠지만
그 누구인지 모를 그 내가
지금의 나처럼은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흔히들 말하기를 이생에 못한 사랑 다음 생에 만나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아서라, 믿지도 않지만 기약 같은 것을 해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꿈 속의 꿈에라도 없다.
굳이 있다면 그냥 좀 더 늙어서 뭐 등등이람 모를까.
몇해 전 딴에는 엄청난 사랑을 한 녀석이 있다.
이른바 애인이 만나주지 않아서 애가 반쪽이 되서 친구에게 나타났을 때
친구는 같이 그 녀석의 애인을 만나러 갔다.
물론 둘 다 유뷰남 유뷰녀다.
남편에게 소박 맞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녀석과는 달리 여자는 그렇질 못했나.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 녀석이 혼자 내린 결론이 있다.
"그럼,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엔 만나 줄거야? 이 마음 이대로 이쁘게 간직 했다가 이 다음에 더 늙으면 그땐 볼 수 있는 거지?"
여기서 그 여자의 인간적인 면과 기지가 발휘 되었다.
"그럼, 만나주지. 상황이 그래서 그렇지 마음이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잖아"
친구가 둘 사이에서 통반장 하느라고 고생을 좀 했다.
친구 왈 여자가 마음을 안정 시키기 위해 해 준 말이긴 하지만 그 여유에 달리 보이더라고 했다.
몇년 후, 녀석에게 친구가 물었다.
"지금 감정은 어떠냐?"
"모올~~!! 잊은지 오래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겠다."
지난 해 그 녀석과 술을 마시는데 그저 마누라한테 잘해 줘야겠다는 말을 엄청 하더라니.
그 녀석 난리칠 때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작업하는 시나리오 작가랑 밤새 이야기 한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내가 기획한 작품이 불륜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쨌든 녀석의 뼈 아픈 아픔이 우리에겐 무지무지 도움이 되서
또 한번 나랏돈을 상금으로 거머 쥐는 행운을 안겨다 줬다.
샜다.
다음 생에 꼭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안 태어나면 좋겠지만 죽어도 그래야 한다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이나 하루살이로 태어났음 싶다.
아차차차.
아니구나.
그럼 또 그 담생이 있을라나?
것 역시 무좌게 고로운 일이군.
내가 아닌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괜찮다.
운명아 내가 간다, 길을 비켜라~~!!
머리깎았을시절.
이렇게라도스님액땜을하고넘어갔었어야했나보다.
머리통이목탁이랑비슷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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