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나 힘들어"
이 한마디 듣고 득달같이 달려왔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전화를 했다.
전화야 맨날 하는 거지만(그 날 이후 매일 전화 하다가 못하게 하니까 하루 걸러 한다)
"나 힘들어. 죽을 것 같다. 숨 쉬기도 힘들고 심장이 벌렁거려서 살고 싶지 않다"라고 서두를 꺼냈다.
좀체로 기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친군데 도시 무슨 일이 있길레 그러나 싶어서 장난스레 받아쳤다.
"알았다. 앞으로는 힘들다는 말 안 할께. 너 지금 나 겁 줄라고 그러는거지?"
크하하하.
내가 다 알아. 니 속셈을.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야. 진짜 힘들어. 온몸이 다 부들부들 떨린다야"
"왜?"
"시어머니 때문에"
켁,,겨우 그거?
그런데 그것이 아닌가보다.
살고 싶지 않단다.
시어머니가 용돈을 뭐 작게 준다고 와서 행패를 부렸다나 어쨌다나.
자식들이 모아서 80만원 정도 주는 걸로 알고 있다.
더 길고 긴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하여간 잘 모르겠다.
듣기만하고, 어디서 읽기만 한 그 어마무시한 고부간의 갈등이란 것.
너무나도 현명한 친구는 그런 일로 고민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사람 사는 일이란 것이 다 똑 같은가 보다.
내 나쁜 기억력으로 일일이 여기 묘사 할 수는 없지만
좀 기나긴 통화를 했다.
애가 긴장할까봐 진정성을 담고 이야기 하기가 곤란했다.
하여 내 특유의 반어법으로 응대를 했다.
"알았어. 잘 살게. 너 지금 나더러 잘 살라고 그러는 거 다 알아. 뭘 그깟일로 그러냐?"
"아니야, 니가 몰라서 그래. 이제 결혼한지 20년이 넘었으면 좀 수그러질만도 한데 외려 더해"
수그러질만? 이라하면 쭉 그래왔단 말인가?
어허어허..거 참..난감일세.
"이혼 할거야."
"뭐? 남편이 싫은 게 아니고 시어머니가 싫은데 왜 남편하고 이혼을 해?"
"넌 몰라~~!!"
하긴, 그래, 난 모른다.
얽히고 설키는 인간관계,,이런 거 별로 없었다.
있었다면 태생부터 시작된 부모와의 문제 외엔
설사 있었다손 치더라도 역시나 내 특유의 방법인 귀 닫고 눈 감아버리는 특출함이 잘 작동을 한 관계로다가 별 무리없이 지냈다.
게다가 성격 또한 나쁘지 않아서(남들이 말하기를 무지 친절하고 재밌고 자상한 타입이란다-사실은 그렇지 않고 무심함이다)
-아는이 왈, 모르는 사람들이 블로그를 보면 정말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같이 생각할 것 같네요. 사실은 안 그런데,,라고 말했다-
어쨌든, 그 친구 말 끝에 던지는 한 마디가 가슴을 팼다.
"아야,,웃기지 마라. 니가 뭔 글을 써야? 그런 것도 모르면서 글을 써? 때려 쳐라"
훔,,,
알았다고 했다.
30년 지기가 때려치라는데 뭐 뾰족한 수가 있나?
속으로 생각했다.
고부간의 갈등을 모르면 글을 쓸 수가 없구나...
본인 말에 의하면 지금껏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번 안 해 보고 산 아이다.
미안한 짓을 해 본적이 없단다.
내가 알기로도 그렇고.
있다면 딱 하나,
남편은 단독 주택에서 살고 싶고 친구는 아파트서 살고 싶어하는데 자기가 우겨서 아파트서 사는 것.
대신 늙으면 주택에서 살거라 한다.
참,
저리 미래를 이야기 하면서 무신 이혼?
요지인 즉은
남편하고의 관계가 끊어져야만 시어머니하고의 관계가 끊어지니까란다.
애들이 있고 남편이 있어도 살기 싫어지고 그러나보다.
남편이야 뭐 그렇다쳐도 애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싶어진다.
하지만 이건 나의 생각일 뿐.
그러니 친구 말대로 글 써서 먹고 살 궁리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두서가 없다.
역시 쐬주 안주엔 라멘 궁물이 최고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