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협심증 증세가 있어 응급실에 다녀 온 후
죽는 건 겁나지 않지만 혹여 육신이 불편한 인생을 살게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어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걷기로 했다.
미친 듯이 걸었다.
결론은 발가락에 피멍이 들었다.
그러더니 결국 빠졌다.
무스그 이런 일이 싶어 운동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자전거 타는 걸로.
수영을 좋아해서 물에만 갖다 놓으면 물찬 제비처럼 물살을 가르며 쉼없이 스무바퀴 정도는 가볍게 돌지만
정해 놓은 시간에 맞춰 수영장에 가는 일이 나처럼 천방지축 무계획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겐 부담스러운 운동이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다닐 수 있는 수천만원짜리 회원권을 사서 호텔 수영장을 드나들 수도 없는 일.
일단 쇠보다 조금 가벼운 알미늄 자전거를 한 대 샀다.
그리고 텃밭으로 향했다.
쩝,
난 자전거를 잘 탄다.
뒷자리에 사람을 태우고도 잘 타고 손잡이를 놓고도 타고 달리면서 올라타고 할 만큼.
고2 때 장학퀴즈에 나가 차점자가 되어 선경 스마트 자전거를 부상으로 받아 원도 한도 없이 타고 다녔다.
특히 교회가 멀어 자전거를 타고 일요일 낮 밤 예배, 수요 예배, 학생 예배, 금요 예배, 가끔씩 새벽기도까지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자전거 덕분이었다.
헌데 돌아 오는 길에 남의 배추 밭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직각으로 배추밭에 나동그라졌다.
배추4포기가 죽사발이 되었다.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던지라 주인도 없었고 텃밭 관리인도 없었다.
납작하게 짖눌린 배추를 보니 주인이 화가 날 것 같아 이러이러한 일로 이리 되었으니 나중에 내 텃밭에서 배추 4포기 주겠노라고 전화 번호를 적어 놓고 오고 싶었지만 종이도 펜도 없었다.
일단 나중에 주인을 수소문해서 해결하는 걸로 하고 집으로 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집에까진 무사히 왔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다음날부터 숨도 못 쉬게 옆구리가 결리고 아파서 걷기도 힘들었다.
환자 아닌 환자가 되어 엉금엉금 집안을 서성거렸다.
심지어 말을 하면 쿵쿵 울려서 전화도 제대로 받기 힘들었다.
입맛도 없고 미열에 몸살기에 두통에 등등.
별 것 아닌 것 같았는데 것도 일종의 사고였는지 쩝,
역시나 나이들면 낙상이 무서운 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프다.
죽을 병도 아닌데 온 몸에 힘이 없고 입맛도 없고
무엇보다 사지육신 멀쩡한데 반 병신이되서 걷기가 불편해서 죽을 맛이다.
체력 또한 완전 소진되어 바닥이다.
오늘 자전거를 타볼까 시도를 하려다 도저히 팔에 힘을 줄 수가 없어 그만 뒀다.
한 며칠 가지 싶다.
낙상,
조심해야겠다.
특히, 이 나이 이후엔 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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