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뜨고 지고 뜨고 지고.

monomomo 2003. 9. 28. 01:13







하늘에서 구름 사이로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보았다.

바다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보았다.

산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보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못 본 곳은 오직 지평선 뿐이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단지 지구가 자전하는 자연의 현상일 뿐이지만

나는 왜 그리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는 걸 좋아하는지.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그리고 이번에 보았다.


열 다섯 시간에 걸친 긴 비행을 하고

바짝 긴장한 채로 뉴욕을 돌아다니고

그리고 수월치 않게 덴버에 도착 했는데

언니는 시골로 고추를 따러 간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두시간 거리란다.

다시 말해 서울에서 대전까지 고추를 따러 간다는 것이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차비를 하고 차에 올랐다.

밖은 캄캄했다.

고속도로를 따라 하염없이 달리자 슬슬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미명, 여명, 박명으로 이어지다 벌판, 그야말로 지평선이 보이는 벌판 한 가운데서부터 붉어지며 해가 뜨기 시작했다.

몽고에 갔었을 때 벌판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고 싶었으나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이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다 본 것 같다.

아니다. 설원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지 못했군.

눈밭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려면 다음 여행은 이제 알라스카나 러시아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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