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를 출발하여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비행기는 붉게 물든 노을 속으로 오랫동안 날아갔다.
마치 태양을 행해 날아가는 것 같았다.
비행기 위가 아니고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전설의 세계로 향하는 길목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만큼 특별하게 생긴 길이 구름과 구름 사이에 나 있었다.
뛰어 내리면 천국으로 향 할 것 같은 기분.
멋지고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자연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그림들을 보여 줘서 날 황홀지경에 이르게 한다.
굳이 호연지기가 어떻고 저떻고 말이 필요가 없었다.
이어폰을 귀에 꼽자 음악이 나왔다.
수많은 채널이 있었다.
나는 여기저기 채널을 맞추다가 블루스가 나오는 한 곳에 채널을 고정 시키고 음악을 들었다.
한 잔짜리 와인도 한 병 시켰다.
와인을 마시며 말로는 설명 못할 쓸쓸함과 동시에 드는 꽉 찬 황홀감에 빠져 창 밖을 보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미국인이 말을 시켜 왔다.
난 영어를 못 한다고 말하고 와인을 마시며 혼자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바로 그때 뭘 잘 못 건드렸는지 내 와인 잔이 엎어졌다.
으~~~
옆에 앉은 미국인이 와인을 한 병 더 시켜 줬다.
한 병 이상 마실 때는 5달러씩 돈을 내는데 그 미국인이 내 줬다.
그리고는 이제 엎지르지 말란다.
뜻 밖의 친절과 서비스가 순간 당혹스럽게 했지만 어쩌랴! 길게 설명 할 수 없는 상황이 나로 하여금 웃으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참참참!!! 하여 말도 안 되는 말로 짧은 대화를 나누며 급기야는 와인을 두 병 더 시켜 마시기에 이르렀다.
나와 동갑인 그 미국인은 나도 자기와 나이가 같다고 말하자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여권을 보여주고 확인을 시켜 주었다. 미국인도 아이디카드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놀란 것은 바로 나였다. 난 그 미국인이 나보다 10살은 아래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참 젊어 보이는 미국인이었다.
그는 뭐라고 질문을 하고 내가 하는 대답에 이해가 가지 않으면 예의 그 미국인들이 하는 제스처인 어깨를 들썩이는 걸로 무언의 느낌을 전달해 왔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 중에 얼마나 서로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심심치 않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우리는 즐거웠다고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짐을 찾고 있을 때 벌써 친구가 나를 발견하고 내게로 달려 왔다.
4잔의 와인 덕분인지 기분이 적당히 좋은 게 친구를 만난 기분을 한층 고조 시켜 주었다.
우리는 반가움에 한참을 끌어 안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는 잘은 몰라도 6살부터 놀던 친구 겸 친척이었으니 근 40년이나 된 친구다.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에는 같이 자취까지 했고, 초, 중, 고등학교를 같은 학교를 다니며 같은 마을에서 거의 니 집 내 집 없이 살다시피 한 말 할 필요도 없는 사이다.
와인 기운도 있고 또 피곤 했던지 친구 집으로 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못 피웠던 담배를 한대 피고 이야기는 뒤로 한 채 일단 눈 먼저 붙였다.
이렇게 또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정이 시작 되었다.
*2003,10,8..오늘에야 내 노트북에 인터넷이 설치가 되었다.
친구 남편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이메일 체크와 인터넷 생활을 위하여 무선 랜으로 하는 와이어리스 카드를 붙여 주며 집안 어디서나 전기만 꼽으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