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입니다"
"무슨?"
"골수암입니다"
"얼마나 살 수 있나요?"
"팔을 자르면 한 3년, 자르지 않으면 1년 정도,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아,,그렇군요"
그렇군, 어쩐지 아프더라니, 암이었구나.
담담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생각해 봤다.
자르고 3년을 살아야 하는 건지 안 자르고 1년만 살다 가야 하는 건지.
누구한테 알려야 하지?
무엇부터 정리를 해야 하지?
머리가 시끌벅적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예"
"감독님, 접니다"
"응"
"괜찮으세요?"
"응"
"후배 하나가 자살을 했어요. 우울증이라고 해서"
"그래서?"
"어떤가 싶어서 전화 했어요"
"내가 우울증인가?"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걱정하지 마라, 난 우울증이라고 해도 그런식의 우울증은 아니다"
"하하하, 알죠, 그냥 전화 했어요. 안부전화 겸사겸사해서"
"알았다"
꿈이었다.
제기랄, 뭐 이런 더러운 꿈이 있나 싶었다.
다음 주에 정밀 검사를 받으려 한다.
아미 암이 아닌 건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분은 개운하지 않다.
때로는 차라리 없는 편이 더 편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잠도 못 자게 아프기 시작 하면 딱 돌 것 같다.
죽을 것도 아니고 나을 것도 아니라면서 아프기만 할거라는 뭔 이런 거지같은 병이 있나 싶다.
내심 놀랐던 건 꿈에서 조차 죽는다고 해도 담담해 했던 내 모습이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점점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된다는 것 같다.
요즘 죽음에 때가 있는 건 아니지만 겨우 꾼다는 꿈이 안 아프고 살다가 때가 되면 깨끗하게 갔으면 싶다 정도.
안 아프고 살다가 깨끗하게 가고 싶은 꿈.
꿈치고 너무 큰 꿈인 것 같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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