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찬 느낌이 드는 게 비가 오는 줄 알았다.
새벽녘에야 간신히 잠이 들려고하는 순간
온 동네 고양이가 붉은 글씨로 이슈를 적은 띠를 대각선으로 두르고 궐기 대회를 하는지 교성을 지르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 난 고양이랑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
항상 뭔가를 노리는 듯한 그 눈빛도 그렇거니와 얄밉게 난 수염하며 꼬리를 바짝 세운게 하시라도 도망 갈 궁리만 하는 듯한 그 포즈가 싫다.
도둑 고양이가 아니라도 마찬 가지다.
더구나 제 몸집보다 몇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친데 하나없이 사뿐히 내려앉는 그 유연함과 소리소문 없이 내 달리는 그 발 바닥의 보드라움도 싫다.
동물이라면 강아지도 뭐 다를 것 없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강아지는 사람에게 치대면서 드러누워 해할 의사가 없음을 최선을 다해 알리려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해서 뭐 봐줄만은 하다.
박명을 지나 여명에 이르러서야 잠잠해져서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땐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앞뒤가 안맞는 꿈을 시리즈로 꿨다.
꿈은 늘 이상하다.
설명 불가한 상황들이 항상 벌어지곤 한다.
어제 꿈도 그랬다.
내 집에 온 가족이 다 출동해서 두대의 냉장고에 먹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 절대 나타날 수 없는 아이도 나타나서 그 음식을 먹었고 나중엔 내가 또 그 집에도 갔었다.
6살 먹은 사내 아이와 3살 먹은 여자 아이가 있는 집이었는데 뭔가 불만이 가득찬 얼굴이었다.
남편은 들풀 수집가이면서 사진을 찍는이라고 했다.
풀을 연구하는 사람, 대학 교수란다.
그러데 들풀에 미쳐서 직업도 버리고 어디 시골에 가서 혼자 산단다.
돈도 벌어다 주지 않아 전기세가 200만원이나 밀렸다며 나더러 하숙 들어 오란다.
난데없이 밑반찬 장사를 하자는 제의도 받았다.
또 어떤 양아치가 쫒아 와 어디론가 수없이 뛰어다녀야만했던 부산한 꿈이었다.
꿈은 정신 사나웠지만 모처럼 편안한 아침(?)을 맞았다.
웬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자리를 털었다.
커피를 마시려는데 갈아 놓은 원두가 떨어져 알커피를 넣고 간 다음 커피를 내렸다.
냄새가 좋았다.
베란다 문을 열고 창밖을 보니 세상에나,,,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아하,,,눈이었구나.
눈,,,마음이 편안해서 그런지 아주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북한산이 한결 가깝게 보였다.
사진이라도 찍으러 나가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하다가 그만 뒀다.
이 며칠 연극 때문에 좀 돌아 다녔더니 마치 물에 불은 비누마냥 손이라도대면 흐물흐물 다 풀어질 것 처럼 살들이 다 아프다.
쉰내가 나도록 땀을 흠벅 흘리고 났더니 몸이 검불처럼 가벼이 느껴진다.
그래도 기분이 상쾌해서 아픈 것 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찬물로 머리를 감았다.
뒷통수가 얼얼 한게 반쯤 얼어가는 것 같았다.
차가운 기운이 전신으로 흐르는 느낌이 좋았다.
컴퓨터를 켜고 상쾌한 음악을 걸고 듣는다.
맞다.
아름다운 사람들 이야기를 하려다가 삼천포로 말이 샜다.
아름다운 사람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
분명 행운일 것이다.
연극판을 떠날 때 다시는 뒤도 돌아 보지 않겠다고 맹세에 맹세를 거듭하며 연비를 하지 않았을 뿐 거의 한 것이나 진배없이 한 나의 맹세를 꺾고 조건없이 돕고싶게 만드는 선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무한 에너지를 가진 시민 운동을 하는 선배.
조건없이 지체부자유자를 위한 봉사 활동을 하는 클래식을 사랑하는 아짐.
나에게 아픔 이상의 행복감을 주는 아이.
기타등등기타등등.
주일 아침.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의 안녕과 모두를 위해.
*들풀, 풀들, 내내 풀에 관한 것들이 머리를 맴맴 돈다.
나무와 꽃들과 풀,,그리고 사진. 뭘까? 케릭터를 이리로 잡으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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