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박라연-생밤 까주는 사람

monomomo 2006. 12. 15. 14:12

 

 

생밤 까주는 사람



이 사람아
산 채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한번 더 벗겨내고
그리고 새하얀 알몸으로 자네에게 가네
이 사람아
세상이 나를 제아무리 깊게 벗겨놓아도
결코 쪽밤은 아니라네
그곳에서 돌아온 나는
깜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나는
자네 입술에서 다시 한번
밤꽃 시절에 흐르던 눈물이 될 것이네


*

"서점에서 제목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샀어요."

어느 해 봄.

난데없이 박라연의 생밤 까주는 사람 시집을 불쑥 건네며 한 말이다.

그 때, 무슨 생각이 났느냐고 묻지 않아 알 수가 없다.

기억이란 놈.

절대 혼자 오는 법이 없다.

음악에 실리고

냄새에 실리고

도처에 나뒹구는 물건들과 날씨에 숨어있다 불쑥불쑥 뛰쳐나와

때로는 흘러내릴 만큼의 양도 아닌 눈물을 고이게 하고

때로는 파안대소를 하게 할 것도 아닌 은근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생밤 까주는 사람- 이 시집은 내게 저런류의 기억도 아닌

그저 골똘한 표정을 짓게 하는 궁금증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 나서 이 책을 사서 내게 건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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