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과 뼈 국물에 밥까지 싸가지고 조카가 왔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시집을 가셨던 올해 68세 되신 큰 언니 아들이다.
보름이라고 밥 먹으러 오라니까 안 간다고 했더니 바리바리 싸 보내왔다.
같이 교회를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조카의 차에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있는 교회를 갔다.
천막 교회였다.
아니 천막은 아니고 창고인가? 그 판넬 이런 걸로 만들어진 가 건물 형태의 교회였다.
방향치인 나는 집밖을 나서면 거의 치매에 가까운 사람이라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일산 어디메쯤이라고 말했다.
하이고 멀리도 왔다.
장작을 때워서 난방을 하는 교회였다.
몇곡의 찬송가를 부르고 예배가 시작 되었다.
열살 쯤 되나? 어떤 꼬마 녀석이 드럼을 연주했다.
심장 뛰는 소리 같아서 좋아하는 악기다.
예배가 마음을 동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잠시 울컥해지면서 눈물이 나왔다.
옆에 조카가 있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눈물 샘으로 도로 들어 가라고 고개를 들어 좌우로 흔들었더니
목 천장이 찝질해지며 콧속으로 흘러 들었다.
조카의 원래 목적은 목사님의 안수 기도를 받게하기 위해 데리고 왔지만
나 역시 혹시나 싶어 괜찮으면 안수 기도를 받아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예배를 보면서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
혹시라도 만약에 안수 기도를 받고 팔이 낫는다면 이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말이지,,,이런 강박증이 싫었다.
하여 예배가 끝나고 다 같이 먹는 점심을 먹고 집으로 왔다.
잠시 쉬다가 또 다른 호출을 받고 대학로로 향했다.
거기 또한 선배 후배가 나물 어쩌고 저쩌고들을 사무실로 가지고 온다며 저녁을 먹자는 것이었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밥을 먹으러 갈 생각을 하니 심란했다.
안 가면 안되겠느냐고 전화를 걸었더니 막무가네로 오란다.
집을 나서자 잔 돈이 없었다.
며칠 전, 교통 카드 겸용 카드가 칩이 나갔는지 하여간 어딘가 손상되었는지 에러가 났다.
편의점에 들러서 수표를 바꾸기 위해 담배를 한갑 달랬더니 거스름 돈이 없어서 팔 수가 없단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10만원이 모이면 바로바로 금고에 넣어버려서 바꿔 줄 돈이 없단다.
거 참,
다시 다른 슈퍼로 가서 돈을 바꿔서 택시를 타고 갔다.
좀 다른 의미긴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가는 문제들을 가지고 왈가왈부 말이 많다.
일 벌려 놓고 너만 가면 어쩌냐는 둥,,,
아,,,소란스러웠다.
안 그래도 비수기, 성수기, 비자 만기일 까지 머리 아프게 하는데
할 수없이 말문을 막기위해 생각 좀 해 본다고 했다.
와인을 한잔씩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왔다.
거디서 내가 한 말은 "왔어요? 응. 아니. 몰라. 생각 해 볼께. 가자. 가세요" 뭐 이런 단답류의 몇마디가 전부였다.
모르겠다.
심정적인 죄와 싸운다는 것.
타인을 위한 기도가 어디까지 가 닿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
기타등등 머리가 좀 시끌시끌하다.
어느 한 순간 이후,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시큰둥해졌다.
그래도,
오늘은 그럭저럭 괜찮은 날이었다.
꿈같은 기도를 한 날이니까.
그 기도의 내용은 비밀에 부친다.
어느 한 날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기도와 중복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원래 하던 기도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기도였다.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할지니
강하라 담대하라.
God Love'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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