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날 좀 내버려 둬 줘!! 음악소리가 좀 컷나? 밖에 나가서 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하고 들었건만 그래도 좀 컷나보다. 어젯밤엔 앞집 남자가 현관문을 부서질 듯 차면서 나오라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온갖 육두문자를 써대며 쌍욕을 해댔다. 너무나 무서워서 나가지 않자 그 남자는 포기.. 그냥,,,그저,,,그렇게 2003.12.21
얼마나 더. 핵이 잡아 땡기지 않는 이상 이리 무기력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빠져 들어야 헤어날 수 있을런지 이끄는대로 끌려가긴 하지만 이젠 좀 벗어나고 싶다. 눈물없이 하루만 잠 들 수 있다면 취하지 않고도 나를 잊을 수 있다면 음악도 이젠 더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공기 중에 산화되는 연기처럼 한 점.. 그냥,,,그저,,,그렇게 2003.12.20
아름다운 거리. 사람과 사람의 간극을 적절히 유지한다는 것.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설레게하는 것 만큼 부질 없는 일은 없다고 늘 생각했다. 그렇게 본다면 그 동안 나는 참 잘 살았다. 내가 잘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뭐든 꾹 참는 것이었다. 누가 다가오는 것도,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도 늘 버거웠다. 누군가.. 그냥,,,그저,,,그렇게 2003.12.17
단죄. 아침에 대 학살이 이뤄졌다. 개미 수 백 마리를 죽인 것이다. 춘천에 다녀 온 이후 시트가 흥건히 젖도록 땀을 쏟으며 몸살을 앓았다. 어제, 상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러 함께 일하던 친구가 왔다. “뭘 먹어야 원기를 회복할까 연구하다 사왔어요” 그 친구는 내 생에 단 한번도 먹고 싶지.. 그냥,,,그저,,,그렇게 2003.12.16
어떤 적선. 군밤 장수 할머니라고 했다. 어젯밤 그 아줌마를 잠 못 들게 한 사람이. 그 아줌마는 식당을 하는 과부 아줌마다. 그 식당 앞에서 3년이 넘도록 군밤을 구워 파는 할머니가 있는데 어차피 먹는 밥 늘 그 할머니랑 같이 먹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식구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 할머니.. 그냥,,,그저,,,그렇게 2003.12.12
어떤 정물 영혼이 날 비난했네 그래 난 두려워 떨었네 금강석의 혀가 욕하기라도 한 듯 ㅡ에밀리 디킨슨,「영혼이 날 비난했네」ㅡ 불면의 나날들 잔인한 열패감 고독한 천국 나의 집 며칠씩 쏟아지는 코피 긴 침잠의 시간 그 후엔 어디로? 제로(0)라는 숫자 완벽한 숫자에 갇힌 정물 하나 나 아무것도 기억 나지 .. 그냥,,,그저,,,그렇게 2003.12.06
북한강 기슭에서-고정희 북한강 기슭에서-고정희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 위로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 등을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서 등을 기대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너지 못할 강 하나를 사.. 그냥,,,그저,,,그렇게 2003.11.30
마지막 잎새 연이어 이틀 동안 코피가 터졌다. 기획 안을 구상하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아! 이렇게 살아지는 거구나! 내내 배가 고팠고 정물인양 죽은 듯 누워 음악을 듣는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영상들 사방이 엠보싱으로 치장된 원통형의 하얀 터널 속으로 빠져 죽을 듯이 짓누.. 그냥,,,그저,,,그렇게 2003.11.29
미친 짓. 오전 중에 담배 한 갑을 다 폈다. 그리고 또 새갑을 뜯었다. 미친 짓이다. 이 집에 산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오던 날 고장 났다고 생각한 보일러는 사실 고장 난게 아니고 늦여름 여행 갈 때 다 막아 놓고 간 걸 열지 않고 밤새 떨었던 것이었다. 미친 짓이다. 가스 공급이 중단 된다는 최후 통첩을 받았다... 그냥,,,그저,,,그렇게 200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