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젖은 영혼 하나가 가슴에 파고 들자 가슴 한 켠에 구멍이 뜷려 싸~아 해졌다 맘 속에 아픔하나 둥지를 틀던날 현기증을 동반한 발열 때문에 붉게 핀 열꽃의 열기가 남 춘천 역사에 비가 되어 내렸다 그 열꽃 잦아들게 비가 되어 내렸다. 그냥,,,그저,,,그렇게 2003.09.08
친구는 또. 눈을 떴을 땐 과음으로 인한 숙취가 마치 자신을 남용했다고 주신에게 혼이라도 나는 냥 정으로 깨듯 양쪽 관자놀이가 아팠다. 친구는 내가 눈을 뜨기가 바쁘게 아침부터 꿀물, 미숫가루, 매실차 등등을 타서 계속 내게 바쳤다. 친구는 또 과일을 깎고 국을 끓이고 밥 상을 차린 후 먹으라고 채근한다. .. 그냥,,,그저,,,그렇게 2003.09.06
거울. 거울. "그렇게 살지 마라!" "니가 나에게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들을 것 같으냐? 니말을 들을 것 같았으면 이렇게 살지도 않았단다." 거울 속의 그 사람은 나의 말을 듣고 마치 이렇게 말하려다 만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쌍 한 것!!" * 가슴이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냥,,,그저,,,그렇게 2003.09.03
살아 있고 싶음에. 처음엔 외면을 택했고 그담엔 은둔이었으나 지금은 떠난다. 공간 이동의 생경함이 신선하게 와 닿길 바라며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나 툭!툭! 먼지를 털 듯 일단 떠나 보기로 한다. 아직은 살아있고 싶음에. **9월이다. 매미가 더 이상 울지 않은 걸 보니. 나 8월을 보낸 적 없고 9월을 오라하지 않았.. 그냥,,,그저,,,그렇게 2003.09.02
그리고... 유하, [매 혹] 어젯밤 내린 빗물의 길을 온몸으로 걸어서 언덕까지 올라온 미꾸라지 한 마리 햇볕이 나자, 그가 돌아갈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지개가 떴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박영희, [팽 이] 옳게 한번 서보기 위해 아랫도리에 핏물이 든다 채찍.. 그냥,,,그저,,,그렇게 2003.08.29
산다는 것은. 작년 이맘 때 쯤이었나보다. 춘천에 온 것이. 역사를 나오다 발견한 쪽도리 꽃이 아니었다면 그것 조차 몰랐었을 것이다. 춘천은. 참으로 이상하게 내게 친근한 느낌을 준다. 춘천에서 살고 싶어서 두번의 이사 계획을 시도하다가 말긴 했지만, 그래도, 이른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조카가 살고 있고, .. 그냥,,,그저,,,그렇게 2003.08.23
푸념.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랑하고 싶은. 사랑. 사랑. 사랑. 있던가? 그래, 있다고 치자. 아니 있었다고 치자. 있었지. 이 사람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사람도 없었고(죽을 거 같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긴 했지만 야곰야곰 생각하기엔 잔존 기억이 너무 없다.) 반한, 넋을 잃은, 살고잡은, 그런 사람과의 사.. 그냥,,,그저,,,그렇게 2003.08.19
필사적으로 도망가기. 다만 예를 갖췄을 뿐. 모든 것을 외면하고 싶었다. 무릇 사람의 관계란, 끊을 때는 미련을 갖지 말고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질다는 건 알지만 오히려 기회라 생각하고 싶다. 혹여 나의 친절함이 잘 못 읽혀져 최소한의 고마움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짐작하고 다른 일이라 여겨지도록 보여.. 그냥,,,그저,,,그렇게 2003.08.14
한 순간인 삶.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다이기- 좋아하는 하이쿠다. 한 순간인 삶을 한 순간인 삶이 지금 이 시간도 한 순간일진데 한 순간인 것 같지가 않다. 어느 해인가 수상스키를 타러 양수리엘 갔다. 남들은 금방 배워서 잘도 타는데 난 어찌나 힘들고 어렵든지 어.. 그냥,,,그저,,,그렇게 2003.08.07
간절히 원하는 것. 간절히 원할 일이 없어졌다. 지금은. 아니다. 있다. 간절히 원는 것. 간절히 원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간절히 원한다. 제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도록. 간절히 원한다. 간절히 원할 필요도 없이. 아무 생각을 안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 이런 시간이 오래도록. 아주아주 오래도록. 내 맘에 머물길. 간.. 그냥,,,그저,,,그렇게 200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