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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사실 그날이 그날인데도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날의 기도.

무슨 날이라던가 이런 것에 무딘 나도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것 정도는 알고있다. 알고 보면 사실 그날이 그날인데도 사람들은 어떤 날들에게 합당한 이름을 붙여 의미를 부여하고 축제의 분위기 즐기려 한다거나 명분을 가지고 기념하며 생의 자잘한 기쁨들을 놓치지 않고 사는 것 같다. 소중..

어리버리 그 이후에도 여전히 어리버리.

그 늦은 약속 시간은 어머님 제사 시간이었다. 이미 제사를 다 지내고 모두들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난, 대충 인사를 하고 거실 한 켠에 마련된 어머님 영정 쪽으로 갔다. 생존 당시와 가장 가까운 시절에 찍은 영정 앞에 앉아 술을 한잔 올리고 기도를 했다. ㅡ 알지? 말 안 해도? 나 길게 말 안하고 싶어. 모를리도 없겠지만 모름 말고. 하여간 나 일 시작 했거든? 그러니까 알아서 해! 잘 되야 된다는 것도 알지? 알아서 해 줘! 믿을게. 안 오려고 하다가 왔어. 7년만에 나타나서 지 필요한 말만 한다고 삐졌다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왔어. 큰일 시작하려니까 생각 나데? 그럼 나 일어난다? ㅡ 엄마는 뭔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암말 없이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눈물을 흘릴 계획은 없었으나 ..

아부지 2002.12.18